너도나도 中 진출하더니…이젠 철수 '러시' 왜?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입력 2022-06-24 07:03   수정 2022-06-24 09:13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1988년부터 시작됐으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본격화 됐습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맞아 감소하다가 2000년 이후부터 다시 증가했습니다.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으로 중국경제는 급성장했고, 베이징 올림픽과 서부대개발 사업 등에 힘입어 한국기업의 중국 투자는 한때 호황을 이뤘습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중국에 공장이 하나쯤은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진출 목적도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생산원가 절감, 중국 내수시장 진출, 대기업과 동반 진출 등 다양합니다. 진출 지역도 베이징, 상하이, 텐진, 산둥성 등 전국적으로 퍼져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기업이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자들에게 주로 장비와 중간재를 공급, 수십 년간 대중(對中) 흑자를 거두어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중국도 우리 기업들을 유치,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도약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 진출기업 중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아직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진출 경험이 적습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유치에 편승해 즉흥적인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중간 관리자의 확보 및 양성 어려움, 하청과 분업 체제 미비, 인건비 상승과 로컬기업과의 기술 격차 축소, 중국 상거래 관행의 문제, 현지 은행의 대출 어려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투자유치 이전과 이후), 법규와 제도의 빠른 변화 등으로 철수하거나 철수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조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현지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휴업 또는 방치되거나, 재무상태가 적자인 경우의 기업들이 많습니다. 세금 체납을 비롯해 직원의 해고나 현지 거래처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 로컬기업들의 약진과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편들기 정책은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기술 모방이 끝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키워온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고자 하는 요인입니다. 기술 기반 첨단산업이라면 모를까, 중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붙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철수는 우리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기업을 청산하려고 하면,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동안 혜택을 누렸던 것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 기업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을 경우에 청산을 선택하고, 부채가 많을 경우에는 파산하게 됩니다. 파산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하므로, 철수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합니다.

현지 공장 주변의 지가(地價)는 상승했지만, 철수할 경우 토지를 정부에 반납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공장 용지나 토지를 팔려고 해도 중국 국유 토지 관련법 때문에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들은 청산보다 야반도주를 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청산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국가 공공신용정보센터 등에 불량기업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중국 재투자 시 제약이 될 수도 있고, 법인 대표는 행정이나 민사 책임을 져야합니다. 임원 자격 제한, 벌금 부담, 출입국 제한 등의 조처가 내려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국기업들의 중국 이탈은 중국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상하이시의 전면적인 봉쇄 같은 좌경화된 전체주의적인 통제는 시장경제에 익숙한 기업인들은 충격적인 야만적 행위로 받아들입니다. 또 한중 기업인들을 위한 출입국 신속 통과 특혜인 '패스트트랙'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중국 측의 비협조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자기업에 대한 차별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철수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철수도 법적 경제적인 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야 후환이 없습니다. 중국 철수는 난도가 높고 복잡한 업무이기에, 실무 진행에 앞서 회사 사정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세무, 정부 보조금, 토지·건물 매각, 임대계약해지, 회사 채무의 상환이나 노무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철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회사를 중국기업에 매각하는 등 서서히 출구 전략을 펴는 것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투자기업들의 철수는 이제 늦출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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